과거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구 소련의 투폴레프 설계국은 영국과 프랑스의 초음속 여객기 개발 소식을 듣고 자국산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나서게 됩니다. 과거 냉전시절 구 소련과 서방국가들은 서로의 체재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서 여러 부문에서 각축전을 벌이곤 했죠. 특히 항공우주분야에서의 경쟁은 치열했고 초음속 여객기 개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서양 건너 미국도 이들의 경쟁을 두고만 보고 있지 않았고 보잉 2707이라는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나서지만 유럽에서 콩코드가 시운전을 시작하고 얼마 안 가 초음속 여객기의 실상(소닉붐으로 인한 각종 피해, 엄청난 연료 소모, 환경 단체들의 반대 등)이 드러나면서 미국은 일찌감치 초음속 여객기 사업을 접어버립니다.
콩코드와 닮아도 너무 닮아 콩코드 설계를 몰래 빼내어 설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도 많았습니다. 당시 소비에트 스파이들은 무려 9만 건에 달하는 기술문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니 이런 의심을 더욱 증폭시키기도 했습니다.
구 소련의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콩코드보다 2개월 앞선 1968년 12월 31일 초도비행에 성공합니다. 그 이후 TU-144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봅니다.
TU-144의 등장
1968년 초도비행 성공후 정식 노선에 투입됩니다. 하지만 옆사람과 대화가 힘들 정도의 소음과 너무도 좁은 좌석과 간격, 창문 덮개가 갑자기 떨어지고 화장실이 고장 나는 등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중 소음 문제는 너무도 심각해서 승객들끼리 대화를 서로 쪽지를 써서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TU-144는 오직 모스크바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잇는 단 한 개 노선에만 운항하였습니다. 너무도 많은 연료 소비로 인해 그 이상의 노선은 취항할 수 없었던 것이었죠. 경쟁 기종인 콩코드는 컴퓨터로 제어되는 엔진 공기 흡입구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른바 슈퍼 크루징이라 불리는 기술로 초음속에 도달하게 돼도 애프터 버너를 끈 후에도 초음속이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TU-144는 지속적으로 애프터 버너를 사용해야 초음속에 도달하는 엔진이다 보니 이로 인해 엄청난 연료 소비가 일어났습니다. 더군다나 마하 2로 날거나 4,000km를 날거나 100명을 태울 수 있었지만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TU-144는 그 넓은 구소련 영토를 횡단할 수 없는 여객기가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일주일에 단 1번만 운항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후 102번의 정기 운항중 226건의 기계적 결함이 발생하고 그중 80건은 비행 지연 및 취소를 시킬 만큼 치명적 결함이었습니다.
TU-144의 쓸쓸한 퇴장
1973년 파리 에어쇼에 등장한 TU-144는 서방에 자신들의 초음속 여객기를 선전하고자 과도한 기동을 선보이다가 많은 수천 명의 관중들 앞에서 공중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항공기의 한계를 넘는 기동으로 인해 엔진이 꺼져 버렸고 급강하하던 중 기수 머리 부분에 달려있던 카나드가 부러지면서 날개를 강타해 공중에서 폭발한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주택 15채를 덮쳤고 탑승객 6명과 지상에 있던 어린이 3명이 사망하게 됩니다.
1978년 TU-144D가 연료 라인 파열로 엔진에 화재가 발생하여 회항도중 불시착하였으나 착륙 도중 조종석으로 뚫고 들어온 기수부에 깔려 승무원 2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고 1981년 엔진 폭발 사고로 또 한 번 불시착하게 되자 1983년 생산이 중단되고 퇴역하게 됩니다.
TU-144는 냉전 상황에서 서방과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개발을 서두름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탄생하였습니다. 항공기를 잘 만드는데 치중하기보다 먼저 운행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던 것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TU-144 개발은 이후 TU-160 제작을 위한 기술적 토대가 된 기체였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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